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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슈미트 영화 리뷰 공허, 관계, 의미

by mingmongreview 2026. 4. 2.

남자 주인공의 사진
남자 주인공의 사진

요즘 내가 느끼는 일의 의미와 닮아 있었던 시작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 다닌 지 어느덧 7년이 넘었고, 처음에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성장하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는데, 요즘은 그 감각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출근해서 정해진 일을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는 반복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그냥 유지되는 상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바웃 슈미트를 다시 보니, 은퇴 후 공허함을 느끼는 워렌의 모습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한참 일할 나이지만, 방향 없이 반복되는 삶이 결국 비슷한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직무 무의미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일이 개인적 가치와 연결되지 않을 때 공허함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미국심리학회에서도 장기 근속자일수록 이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문제는 은퇴가 아니라 이미 시작되고 있는 감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멀어지는 아이러니

워렌과 가족의 관계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딸과의 어색한 관계는, 저는 부모 입장은 아니지만 자식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이 됐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과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도 길게 했는데, 지금은 필요한 말만 하고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달 전에도 부모님 집에 갔다가 별다른 대화 없이 TV만 보다가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편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색함을 피한 것에 가까웠습니다. 가족사회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거리 증가라고 설명합니다. 성인이 될수록 독립성과 함께 감정 표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서도 관계의 질은 시간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유지된다고 강조합니다. 워렌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그 모습이 결국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혼자가 된 이후에야 보이는 감정들

아내의 죽음 이후 워렌이 겪는 감정 변화는 굉장히 조용하지만 깊게 남습니다. 특히 그가 뒤늦게 아내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늦게 깨달아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몇 년 전 친했던 동료가 퇴사했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같이 일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떠나고 나니 그 사람이 있었던 자리가 생각보다 컸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관계의 의미를 뒤늦게 체감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실 이후 재평가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관계를 잃은 이후에야 그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심리학회에서도 상실 경험이 인간관계 인식을 변화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워렌이 겪는 감정이 과장되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는,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며 살아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작은 연결이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위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앤두구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설정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점점 그 의미가 이해됐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혼자 일기를 쓰던 시기가 떠올랐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글로 적으면서 오히려 정리가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표현 효과라고 설명합니다.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심리학회에서도 글쓰기 치료가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워렌에게 앤두구는 실제 존재라기보다,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통로에 가까웠습니다. 그 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완전히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결말의 의미

영화의 마지막은 명확한 해결을 주지 않습니다. 워렌의 삶이 완전히 바뀌지도 않고, 공허함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점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결말을 보면서 몇 년 전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때는 뭔가 큰 계기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완전한 회복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상태를 받아들이며 적응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워렌의 마지막 모습이 그래서 더 와닿았습니다. 완전히 채워지지 않아도, 작은 연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바웃 슈미트는 그 사실을 굉장히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s-94e_rohc